잠,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 푹 빠져 봅니다
읽게 된 동기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라 빠지지 않고 읽는데 '잠'이라는 소설은 오래전에 나온 작품인데도 내게는 생소한 소설이었다. 매년 새로운 소설이 나오기에 올해는 어떤 소설이 나왔는지 온라인 서점을 찾아보던 중 이 소설의 개정판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새로 나온 소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017년에 우리나라에 번역본으로 출간된 소설이었다. 올해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었다. 베르베르의 소설은 다양한 과학적, 역사적 지식과 더불어 소설의 허구가 더해져서 읽을 때마다 최첨단의 과학과 역사의 지식을 알게 되는 장점이 있다. 거기에 상상력은 넣은 허구가 소설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 푹 빠지게 되는 것 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젊은 시절에 과학 부문 기자로 활동했다고 했다. 그 당시 과학적 지식이나 여러가지 정보들을 많이 습득했던 것이 소설에 많이 표현되고 있다. 약을 전문하고 있는 나로서도 감탄할만한 이야기들로 놀랄 때가 있다. 소설의 허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실제 있는 이야기들을 재구성한 후 작가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만든 이야기이기에 공감이 가는 소설이다. 소설가는 꽤나 지식이 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에도 단계가 있다
잠을 주제로 한 소설이지만 다양한 과학적인 자료와 원주민들의 전해오는 이야기들을 잘 버무려서 소설로 만들어 놓았다. 심한 몽유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어머니는 잠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의사다. 그래서 주인공이 잠을 통해 뇌를 잘 통제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가르치게 된다. 잠은 5단계가 있다.
1단계는 졸음이 오는 단계로 눈이 천천히 움직이며 근육 활동이 줄어든다. 2단계는 가벼운 수면 단계로 전체 수면 시간의 약 50% 전후를 차지하는데 눈의 움직임이 멈추고 뇌파가 느려진다. 3단계는 깊은 수면의 전단계로 델타파가 점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때 몸의 회복과 면역력 증진이 활발히 일어난다. 4단계는 싶은 수면 단계로 매우 깊은 잠으로 깨우기 어렵고 깨어나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신체회족이나, 성장 호르몬 분비, 세포 재생 등 생리적 회복에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5단계 수면은 눈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꿈을 가장 많이 꾸는 단계이다. 학습, 기억, 감정 처리와 관련이 있는 수면 단계이다. 이때가 되면 심장이나 맥박은 작동이 서서히 느려지지만 뇌는 활발하게 움직이게 되는 것을 실험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수면의 6단계를 찾아내어 20년 전 과거의 자신을 꿈에서 만나게 된다. 수면 6단계는 허구를 넣은 단계이다. 미래의 그는 과거의 그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과거가 바뀌게 되면 미래의 자신이 변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직 어머니를 구하라는 명령만 내려진다. 결국 마지막에는 몽유병으로 높다란 지붕에서 떨어진 어머니가 혼수상태로 깨어나지 못하게 되는데 잠의 원리를 이용해서 깨어나게 한다.
수면의 깊이에 따라 뇌의 활동도 달라진다
잠은 참 중요하다. 일상에서 잠을 적게 잔 날은 머리가 아프기도 하지만 집중도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자료를 정리해 주는 뇌의 처리 기능에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낮잠이라도 잠시 자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나이가 들수록 잠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6시간 이상은 자야만 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가 있다. 치매를 늦추기 위해 충분한 잠을 자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런 과학적인 논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수면과 뇌가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티브로 역동적인 소설이 탄생했다.
올 가을에는 지나간 코로나 시대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 나온다고 한다. 코로나로 3년을 마스크 안에서 갇힌 삶을 살았고, 그 후 2년 동안에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 듯 마음을 졸이며 지내왔다. 이제야 담담히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보이지 않는 작은 물질로 인해 세상을 흔드는 놀라운 과학의 힘을 담은 소설일 것으로 기대된다. 베르베르의 소설은 약학을 전공했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잘 맞는 소설이다. 충분한 공감을 할 수 있고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모두 활기가 있어서 읽으면서도 행복한 소설이다. 그래서, 가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