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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글쓰기

[100-17] 전자동 약품 조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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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니는 요양병원에서 일한 지 7년이 다 되어 간다.

 

교회 가는 길에 있는 이 요양병원은

첫 삽을 뜰 때부터 이곳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라던 곳이다.

그전에 3년 정도 다니던 요양병원이 문을 닫고 나서

가까운 일터를 찾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 처음 입사하고 나서

전자동 약품 조제기가 있어서 신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 요양병원에는 보기 힘든 기계였기 때문이다.

 

조제기도 7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하다 보니

여기저기 잔 고장이 나고 있다.

며칠 전에 수리기사가 와서는 이제 조금 비싼 부품을 갈아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처럼 주요 부품을 하나씩 바꾸며 써야 할 때가 되었다고

힘주어 말하고 갔다.

 

그러고 보니

7년 사이에 나도 두 번의 수술을 한 기억이 났다.

4년 전, 자궁출혈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자궁근종이 너무 자라서 수술을 해야 했다.

2년 전에는 복통이 너무 심해서 응급실에 3번 실려갔었는데

알고 보니 담석통이었다.

결국 당낭제거수술을 받아야 했다.

 

오십 전에는 두 아이를 낳을 때와 건강검진할 때만 병원을 찾았었는데

오십이 넘고 나서 입원이라는 경험을 두 번이나 한 셈이다.

 

조제기가 한 번씩 쉬어갈 때면 잠시 쉬게 두고 다른 일을 한다. 

한 참을 쉬게 해주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주어진 일을 잘 마무리한다.

푸다닥 일처리를 하다가도 잠시 몸을 쉬어주며 생각정리를 하는 나와 많이 닮았다.

 

''아직 일할 수 있는 시간과 힘이 남아 있으니 

마음 맞추어서 잘 일해보자"

 

조제기와 얼굴 맞대고 서로 응원하며 주어진 일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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