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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글쓰기

[100-31] 피아노 배우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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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는 학창 시절부터 배우고 싶은 악기였다.

 

오 형제의 둘째 딸이라 쓸데없는 눈치만 있었던 것 같다.

급식 우유를 먹고 싶어도 어머니에게 말도 못 하고 

웬만한 건 혼자 해결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라왔었다. 

그러니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말은 차마 꺼내지도 못하고 학창 시절을 보냈다. 

 

젊은 시절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었지만

피아노란 어릴 때 배우는 악기라는 혼자만의 편견으로

배우기를 시도조차 해 보지 않았었다.

 

49살이 되었을 때,

피아노로 찬송가를 치고 싶어 하는 나에게 여동생이 조언을 해주었다.

5년만 아무 생각하지 말고 배우면 찬송가는 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마침 다니는 교회에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이 있어서

학원을 찾아갔다.

그동안 많은 어른들이 찾아와서 피아노를 배우다 6개월을 넘긴 적이 없다며

언제든 힘들면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 해 달라고 했다.

이 일로 서로의 좋은 관계가 깨어질까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학원에서 배웠고

집에서 전자피아노로 연습을 하며 실력을 키워나갔다.

매일 학원에 갈 수도 있지만

매일이라는 시간에 매이면 끝까지 못 하고 포기할 것 같아서

느슨하게 시간표를 만들었다.

 

피아노를 배운 지 2년이 흘렀을 때

자궁근종으로 큰 수술을 하면서 6개월 정도 피아노를 쉰 적이 있다.

다시 학원에 갔을 때는

1년 정도 실력이 뒤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낙심이 된 적이 있었다.

'역시 나이가 들어서 안 되는 거야,

내게 피아노는 재능이 없어'

등등

포기하기에 좋은 생각들이 스물스물 올라올 때

원장님은 한 두 달이면 다시 그 실력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 주었고

그다음 해 말에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학원연주회도 참가할 수 있었다.

 

 

2020년 11월 5일 서울주문화센터에서 야마하 그랜드피아노로 연주한 Amazing Grace, 오 나의 자비로운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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