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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글쓰기

사용 기한 [10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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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이 들어오면 사용기한을 보면서 약장에 진열한다. 사용기한이 긴 약을 안쪽에 넣고 사용기한이 짧은 것부터 먼저 사용한다. 선입선출이다. 요즈음 들어오는 약들은 주로 사용기한이 2027년이다. 대부분 약품들의 사용기한이 3년 정도다. 의약품에 함유된 방부제의 효능기한과 동일하다.

 

약을 정리하면서 문득 미래로 마음이 가는 것을 느낀다. 2027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지금과 동일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용기한이 정해진 삶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다양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간다.

 

처방이 자주 나오는 약은 들어올 때도 많은 양이 들어오고 진열장에서도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어쩌다 쓰는 약은 한 통이 비워지려 할 때 새로운 약이 들어오고 처방이 끊긴 약은 관심병사가 되어 자주 들여다 보게 된다. 사용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약은 약장에서 빼내어 따로 소쿠리에 보관한다. 날짜가 지나면 폐기하거나 반품하게 된다.  

 

암선고를 받거나 기한이 정해지는 삶일 경우 얼마나 난감할까? 그래도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보다는 주변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조금은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죽음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일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웰다잉. 요즈음 많이 접하는 트렌드이다. 웰리빙보다 더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마음 공부 과정 중 가지고 있는 물건과 하나씩 이별하는 연습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에 잘 적응하기 위한 마음공부다.

 

약품이 들어오면 사용기한을 살펴 보듯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면 기한을 정하는 편이다. 일정 기간 동안 최대한 익힌 후에는 더 배울 필요가 있는지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하고 계속할지를 정한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그만 둔 것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콘텐츠를 만들거나 SNS 활동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막연하게 지속하는 것보다는 기간을 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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