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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글쓰기

[100-97] 합평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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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오던 비가 집을 나서는 길에 멈췄다.
아직 주위는 컴컴하고 조용하지만
버스들은 승객을 기다리고 택시들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30분 간격으로 출발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플랫폼에 메아리치고 있다.
커피를 한잔 사려고 하니 시간이 어중간해서
기차 타는 곳으로 바로 향했다.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빈 레일 위에서부터 울리기 시작한다.

인생길의 레일에도 무언가를 맞이하려고 할 때
미리 울려주는 신호가 있다.
신호가 울리고 들어오는 기차를 타야 목적지에 가 듯
문 앞에서 준비하고 기다려야 맞이하는 기회들도 잡을 수 있다.

구미역을 지나면서 햇살이 나기 시작한다.
흐릴 것 같은 하늘이 조금씩 푸른 빛을 내보인다.
멀리 보이는 산 위에는 물안개가 덮혀서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터널을 지나고 논두렁을 지나는 기차여행은
다양한 삶을 만나는 인생 여정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야 됨을 깨닫는다.
화창한 날만 있기를 바라지만 흐린 날이 더 많았고
포장된 도로보다 울퉁불퉁한 길을 더 많이 걸어왔음을 반추한다.

종점으로 가는 길에 거쳐야 하는 역들이 많다.
나의 종점은 어디일까?
역마다 서는 기차를 보며 잠시 머물렀던 시간들을 기억해 본다.
쉬지 않고 달릴 수는 없지만
달릴 때는 달리면서
쉴 때는 쉬면서
나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실감한다.

대전역을 지나면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마음을 맞추어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상황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만의 여정을 꾸려나가는 이들을 축복한다.
글과 아바타로 만나던 이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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