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한 달 전이었다.
현관문을 번호키로 바꾼 지 10년이 넘어서 인지
특정 숫자가 잘 눌러지지 않아서 문을 여는데 애를 먹은 적이 있다.
번호키를 바꾸려다가 번호를 먼저 바꾸어 보기로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사용하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현관 앞에 서면 쓰던 번호를 누르고 문이 안 열리자
새 번호를 누르게 된다.
머릿속에 각인된 번호가 손에 아예 기억되어 있는 것 같다.
현관문 앞에 서면 무의식 속에서 손의 위치는 이미 옛 번호로 달려가고 있다.
같은 것을 매일 반복하게 되면 손이 기억하게 되는 예가 피아노 치는 일이다.
처음 악보를 보고 한 마디씩 초견으로 손에 익히는 작업이 시간이 걸린다.
어느 정도 익혀서 조금씩 외워질 때
매일 횟수나 시간을 정해서 연습을 하게 되면 손이 악보를 기억하게 된다.
연주회에서 긴장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될 때에도
손은 기억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손이 저절로 기억하고 건반을 두드릴 때까지
매일 연습을 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루만 빠뜨려도 일주일 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오랫동안 해 오던 일을 바꾸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습관이든 생각이든 우리의 뇌는 바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바꾸어야 할 땐 어쩔 수 없이 바꾸어야 한다.
번호를 변경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처음 누르는 숫자는 예전 번호의 첫 번째 숫자이다.
언젠가는 새 번호로 바로 누르겠지만
한 동안은 번호의 혼돈을 날마다 경험할 것 같다.
반응형
'백일백장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97] 합평회 가는 길 (8) | 2023.08.19 |
---|---|
[100-96] 만남을 준비하며 (2) | 2023.08.18 |
[100-94] 착함의 아이콘 (0) | 2023.08.16 |
[100-93] 청계천 (6) | 2023.08.15 |
[100-92] 여행 준비 (0) | 2023.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