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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글쓰기

[100-2] 나지막한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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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데이트, 나와의 데이트를 위해 찾은 이즈원 카페에서 창문너머로 바라본 정경이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댄 논이 준비되어 있고 아무렇게나 내버려 둔 밭도 보였다. 며칠 비가 내리면서 흐리기만 하던 하늘은 화창한 물감을 뿌리고 있다. 

 

논과 밭의 경계를 두른 나지막한 돌담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얼기설기 쌓아놓은 돌담은 논과 밭을 구분하는 경계선처럼 보였다. 쉽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한 번쯤은 생각하고 지나갈 것 같은 경계다. 친구나 가족 관계에서도 나지막한 돌담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있어야 하고 그 선은 그리 높지 않아야 한다. 콘크리트처럼 높고 단단히 쌓은 담보다 돌로 쌓은 나지막한 담은 밉지가 않다. 배려해주고 싶은 돌담이다.  

 

세워진 전봇대를 보니 논의 물에 그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높이 올라간 전봇대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높이 오르기 위해 그 뿌리를 얼마나 깊게 내렸을지 가늠하게 된다. 가끔 주위에 성공한 이들을 볼 때 쉽게 이룬 것처럼 보인다. 보이는 부분만 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올라가기 위해 쏟은 눈물과 땀은 보이는 것보다 더 깊게 묻혀 있다. 그 깊이를 들여다 보는 순간 축하와 응원을 보낼 수 있다.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관점만 가지고 있어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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