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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글쓰기

[100-5] 카페에 혼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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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동네 카페로 향한다.
일터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가면
논들이 눈에 확 들어오고 전망이 좋은 카페가 하나  있다.

낮 시간대에는 손님도 적어서 혼자 커피와 함께
글을 쓰기에 좋은 곳이다.
'조앤 롤링처럼 유명해지면 이 곳도 유명해지리라' 기대하며
씩씩하게 커피와 베이글 하나 주문해서 2층으로 올라간다.

집에서 써지지 않는 글이
이 곳에 오면 잘 써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수께끼이다.

이제 막 심은 모들이 물에 반쯤 잠겨서 줄지어 서 있다.
유치원생들이 줄지어 움직이듯
정해진 곳에서 바람따라 흔들리며 자라고 있다.

가을 들녘의 누런 벼이삭들을 모들은 모를게다.
나의 젊은 날도 그랬다.
이리쿵 저리쿵 흔들리는 삶이었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풍류를 즐기고 있을 줄 알았겠는가?
면단위의 시골마을로 올 줄 알았겠는가?
그처럼 잘 나가던 놀이동산 관람차가 이렇게 멈추어 버릴 줄 알았겠는가?
글 쓰는 이 소소한 일이 가슴 뛰는 일이 될 줄 알았겠는가?

경쾌한 피아노곡은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손을 춤추게 한다.
마지막 베이글 조각을 입에 넣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삶의 마지막도 이처럼 잔잔하고 행복하게 찾아왔으면 한다.
약간 경쾌한 피아노곡이 좋다.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나를 좋게 기억할만한 것들만 남기고 싶다.
거창하지 않아도 그저 나를 기억해낼 수 있는 것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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