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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글쓰기

[100-4] 나의 글도 끓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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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인 삶은 계란을 만들기 위해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얹고 물일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냄비를 보고 있자니 한참을 기다려도 물이 끓지 않는다.

다른 일을 할 때는 금방 끓어 넘치는 것이 냄비물인데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보란 듯이 튕기는 거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둔 계란을

하나 둘 넣기 시작한다.

끓는 물방울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계란은 잘 익어가고 있다.

끓는 물과 익어가는 계란을 보노라면

내 글도 잘 끓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요리조리 불필요한 단어들을 잘 피하고 있는지

주제를 중앙에 잘 담고 있는지

여기저기 터지지 않고 매끈한지

조목조목 되짚어본다.

 

요리에는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

삶은 계란은 12분 동안 삶은 후 찬물에 넣고 식히면

가장 맛있는 반숙 계란이 된다.

조금만 빨리 꺼내면 노른자가 물처럼 흘러서 맛이 덜하고

조금만 늦게 꺼내면 노른자가 푸석거려서 맛이 덜하다.

노른자가 얼마나 잘 익었는지가 삶은 계란의 맛을 좌우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글감이 훅 떠 오를 때가 있다.

그때는 무조건 자판 위나 메모지 앞에 앉아서 써야 한다.

생각지 않은 글들이 유성처럼 마구마구 쏟아지기 때문이다.

어디에든 써 놓고 나서 여유가 있을 때 다시 다듬으면 뜻밖의 글이 탄생한다.

계란을 삶다가도 이렇게 글이 떠 오르게 될 때는

하루의 고단함이 어디론가 달아나게 된다.

 

글을 쓰는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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