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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글쓰기

[100-41] 원 밖으로 날아가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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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아들은 짐을 싸느라 바쁘다.
아들의 상경 준비를 도우려고 새벽기상 인증만 하고
모든 새벽모임은 내려놓았다.
놓치는 것은 없는 지 둘러봐달라고 해서 함께 살펴보고는
이른 아침 준비를 한다.
 
함께 지내는 원 밖으로 자식들이 떠날 때마다 묘한 감정이 마음을 휩쓴다.
일어나지 않을 모든 상황들이 한 순간에 뇌 속을 가득 채운다.
불안한 생각들을 하나씩 지우며 
이 시골마을보다는 훨씬 지내기가 나을 것이라고 걱정 가득한 나를 다독인다.
 
고추장 불고기에 계란 후라이 하나를 밥 두 그릇으로 비운 뒤
무거운 트렁크를 들고 집을 나서는 아들의 뒷 모습이 
닫힌 현관문에 한참 동안 남아 있다.
 
마음의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바로 출근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오늘 오후에는 관내 고등학교에서  두 번째 약물 강의가 있는 날이라
복장과 화장에 신경을 써야하기에 출근 준비하느라 10분이 아쉬운 지경이다.
 
더구나 9시에 열리는 트루북스 밋업에 꿈에 관해 한 마디 해야하기에 
그 좁은 시간의 틈 사이로 적어두었던 버킷리스트 만다라트를 잠시 훑어보았다.
 
오후 3시 반
두 시간 연강으로 진행하는 약물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오늘의 루틴을 체크해 본다.
 
양산 시장에서 사온 싱싱한 상추과 호박잎이 
하얀 비닐 안에서 멀미를 한다.
 
아들이 가고 나니 저녁 메뉴는 곧장 야채들로 바뀌었다. 
남은 고추장 불고기로 쌈을 싸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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