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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강연

[100-30] 카페에서 글쓰기 일주일에 한 번은 집 가까운 카페에 가서 두세 시간 글을 쓴다. 이즈원 카페 원통모양의 이 카페는 들어서는 입구에 느낌표 모양의 조각이 크게 놓여 있다. 작은 분수대도 있고 주위에는 논이 둘러 쌓여 있어서 가을에는 누런 벼이삭의 황금벌판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카페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데 나무로 만들어져서 넓게 펼쳐져 있다. 카페 중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계단길은 웅장함을 넘어 세상 시름을 내려놓고 올라가는 천국의 계단을 연상하게 된다. 탁자와 의자들은 원의 가장자리에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어서 혼자 방문해도 방해받지 않고 시간을 보내 수 있어 편리하다. 특히, 이층은 유리로 둘러져 있어서 확트인 전망을 자랑하고 있다. 이층에서 보는 환타지아 관람차는 매 번 보아도 지루하지가.. 더보기
[100-29] 간장병 투하 멸치볶음을 하는 중이었다. 살짝 몸을 틀면서 며칠 전 사 둔 크랜베리를 가지러 가다가 간장병을 떨어뜨렸다. 검은 빛 간장이 바닥에 삐죽삐죽한 지도를 그리며 콸콸거리고 있을 때 '으악' 비명소리를 지르며 간장병을 바로 세웠다. 무슨 일이냐며 아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먼저 달려왔고 별 일 아니라고 안심시키며 휴지로 간장부터 닦아냈다. 인생의 계획 속에도 뜻하지 않은 간장병 투하가 존재한다. 극복하기 힘든 일도 있겠지만 별 일 아니라고 그냥 치우고 지나갈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5년 전 쯤에 자궁근종이 갑자기 자라서 하혈이 심했었다 하이푸시술도 해 보았지만 결국은 복강경으로 자궁을 적출해 내는 수술을 해야만 했다. 수술한 후에는 하혈이라는 단어에서 해방되려니 했는데 미량의 하혈이 몇 달 째 그치지 않았다.. 더보기
[100-28] 엄마표 음식 떡볶이에 수없이 도전해 본 결과 다담에서 나오는 떡볶이 소스가 제일 맛이 있다. 유튜브와 네이버에 찾아보며 다양한 떡볶이를 만들어 보았지만 아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지 잘 먹지 않았다. 이마트에 들러서 떡볶이 소스도 팔지 않을까 하여 찾아보니 역시나 다담에서 나오는 소스를 발견했다. 동네 마트에는 없어서 이제껏 먹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다담에서 나오는 쌈장과 된장찌게용 된장이 우리 가족들 입맛에 맞는 재료였기에 소스를 보는 순간 곧 바로 구매 카트에 넣었다. 집에 오자마자 떡만 넣고 통에 적힌 비율대로 소스를 끓여서 아들에게 내밀었더니 게 눈 감추듯 다 먹는 것이 아닌가? 역시 아들의 입맛을 꿰뚫었구나 엄마로서 당연해야 하겠지만 맞벌이 하느라 아이들의 입맛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살아온 데다 대학에.. 더보기
[100-27] 물리 치료 실장과 화초 병원 약국 옆에는 물리치료실이 있다. 창문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전망도 좋고 햇빛도 잘 들어와서 점심시간이면 2층 동료들이 모여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쉬기도 하는 곳이다. 물리 치료 실장은 환자들의 물리치료를 담당하고 있는데 시든 화초들도 살려내는 재주꾼이다. 적정 온도와 물주기로 난에서부터 모란이나 나무들도 물리치료실에만 가게 되면 생생하게 자라게 된다. 오래 전 약국을 개국했을 때 많은 화분들을 받은 적이 있다. 집 베란다에 두었는데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 사라졌다. 바쁜 탓도 있겠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3년 전에 시집을 낸 출판기념회 때 들어온 난이 든 화분들은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다. 자주 물을 주지 않아도 되어서 관리하기가 편한 점도 있지만 늘 들여다 보며 무엇.. 더보기
[100-26] 생각에 관한 생각 생각이라는 게 이상하다. 한 번 빠져들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번민하게 된다. 그 꼬리를 끊어내는 일이 그다지 쉽지가 않다. 특히, 자정을 넘기면 수면의 문이 닫히면서 눈이 말똥말똥해질 때가 있다. 몸과 눈은 피곤한데도 뇌는 명료하게 깨어 있어서 잠이 들지 않는 것이다. 그때부터 생각이라는 요정이 찾아온다.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울 때는 차라리 글을 쓴다. 부정적인 걱정이나 두려움은 접어두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한 주제에 맞추어 글을 쓰다 보면 오히려 만족할만한 글이 나오기도 한다. 뇌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생각들을 가끔씩 꺼내볼 필요가 있다. 점과 선으로 아무렇게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하나씩 노트 위에 나열해 본다. 어떤 생각은 한 조각에 불과했지만 써가는 중에 집 한 채로 완성될 때가 있다 아직 부족한.. 더보기
[100-25] 공부에 관하여 학창시절에는 수학에 관심이 많아서 수학 문제 푸는 걸 좋아했다. 공식 몇 개만 잘 외우면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했을 때 기쁨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기쁨이 다시 다른 문제에 도전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성적이 잘 나올 때는 탄력을 받아 더 어려운 문제집인 수학 정석 실력편에 도전하기도 했다. 미분 적분 단계로 가면서 수학은 어려워졌고 나의 머리로는 한계에 부딛힐 때도 있었다. 통계 쪽이 오히려 재미있게 풀었던 기억이 난다. 역사는 가장 점수가 적게 나오는 과목이었다. 이유를 막론하고 지명이나 인물의 이름을 무조건 외워야 하기에 나의 뇌는 그 쪽으로 적합하게 발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단순 암기 과목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게는 친하지 않은 과목이었다. 결국 고.. 더보기
[100-24] 칼질하기 아들이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가끔 만들어 준다. 피망과 파프리카 등의 야채와 저염스팸으로 볶음밥을 만든 후 계란을 얇게 편 프라이팬 위에 볶음밥을 얹고 피자치즈를 뿌린다. 접시에 모양을 내어 담아내고 케찹을 그 위에 뿌리면 맛있는 오므라이스가 된다. 볶음밥을 만들기 위해 야채들을 잘게 썰어야 하는데 칼질을 하다 보면 아슬아슬하게 손가락을 피해 갈 때가 있다 어떤 때는 손톱을 약간 스칠 때도 있는데 순간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다치지 않으려면 칼 밑에 손만 넣지 않으면 된다. 살면서 위험요소는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그것을 지레 겁먹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칼질이 위험하다고 야채를 썰지 않으면 맛있는 오므라이스를 먹을 수 없을 것이다. 위험요소에 빠지지만 않으면 된다. 아니다 싶으면 나오면 된다.. 더보기
[100-23] 생각 바꾸기 며칠 전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갑자기 생긴 약속들 때문에 여기저기 빠지고 단 둘이 만나게 된 친구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작년이었다. 군대에 갔다 온 아들이 대학은 접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는데 석 달 만에 경험 삼아 친 시험에 합격이 되었었다. 소식이 전해지자 아는 친척이 작은 부동산 가게를 소개해 주었다. 개업 첫날부터 아들의 가게가 잘 되길 기도하며 기대했지만 1년이 넘었는대도 겨우 월세 낼 정도로 경영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계약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에 문을 닫으려고 한다고 했다. 친구는 덧붙여 말했다. "처음에는 속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만약에 장사가 잘 되어 많은 돈을 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직 서른도 안 된 아들이기에 돈이 쉽게 벌어지는 것이라는 착각으로 오히려 인생을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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