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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글쓰기

호박잎, 깻잎, 고추 [10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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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잎, 깻잎, 고추

 

문고리에 있는 요구르트 담는 가방에 친정어머니가 어제 넣어 두시고 간 야채들이다. 무더운 날 밭에 오셨다가 딸이 좋아하는 호박잎을 챙겨주신 게다. 어제저녁 늦은 시간 핸드폰이 울렸다. 야채들을 넣어 두고 가셨다고. 얼른 꺼내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오늘은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야채들을 물에 잠시 담근 후 찜통에 불을 넣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쌈이다. 호박잎과 깻잎은 쪄서 상에 얹었다. 방금 쪄낸 깻잎에서 향이 가득하다. 오늘은 뱃살을 걱정하는 남편도 좋아할 메뉴다. 장 보고 온 갈매기살도 조금 구웠다. 약을 치지 않은 못생긴 고추들도 건강한 먹거리로 식탁에 올랐다.

 

문득 땀을 흘리며 한 잎 한 잎 딴 어머니의 손길이 떠 올랐다. 여름이면 입맛도 없고 요리하기도 힘이 들어서 쌈을 위주로 식탁을 차린다. 그러다 보니 텃밭에서 키운 야채들이 인기가 많다. 엄마표 야채들이 오는 날이면 마음도 풍성해지고 건강도 더 채워지는 느낌이다. 

 

텃밭은 주인이 따로 있는 밭이다. 빌라와 놀이터 사이에 있는, 잠시 쉬고 있는 땅이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평일이면 출근하다시피 다니러 오시던 어머니에게 텃밭은 작은 쉼터였다. 손주들 돌봄과 딸의 치닥거리로 쌓인 스트레스를 텃밭에 쏟아 놓으셨다. 그렇게 일구던 텃밭도 많이 줄이셨다. 

 

야채들로 저녁을 먹고 배를 두드리며 흘러온 시절들을 더듬어 본다. 그래도 아직 여기까지 오가실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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