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백일백장

[100-9] 양념의 황금비율 며칠 전 돼지 등갈비찜 요리를 만든 적이 있다. 유튜브와 지인이 가르쳐 준 고추장 돼지불고기 양념을 비율대로 어서, 소주로 잡내를 없앤 돼지 등갈비에 넣고 요리를 해 보았다. 푹 익혀야 한다기에 물을 조금 넉넉히 넣고 양념을 푼 후 센 불에서 익히는 동안 밀린 책을 읽고 있었다. 20분 정도 흘렀을 때 느낌이 이상해서 후다닥 뛰어가 보니 다행히 타기 10초 전이었다. 얼른 졸여진 등갈비를 꺼내고 냄비는 찬물을 가득 부어 두었다. "우와~~ 이 거 밥도둑이네요. 배가 불러도 자꾸 젓가락이 가요" 아들은 어느새 밥통으로 가서 밥을 한 주걱 더 퍼 왔다. 아들이 맛있다고 하면 등갈비찜에 넣은 이 양념은 황금비율이다. 거기다 졸여질 대로 졸여져서 맛이 더 좋아진 것이다. 요리마다 황금비율이라는 게 있다. 물론 .. 더보기
[100-8] 주방 기구들의 투덜거림 아들이 집으로 내려온 후 부엌의 모든 기구들이 본연의 일을 매일매일 해내느라 분주하다. 6인분 밥솥은 매일 콧등으로 김을 품어내고, 꽂이에 꽂혀 휴가를 즐기던 프라이팬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내느라 쉴 틈이 없다. 세탁기는 하루에 두 번 이상 일할 때도 있고 음식물 쓰레기통은 이틀이 멀다하고 집 앞 전봇대 앞에서 비워지길 기다린다. 냉장고는 날마다 들여오는 식자재로 꽉 차서 여름이 더 덥다고 투덜거린다. '미녀와 야수' 영화에서 처럼 모든 주방 기구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옥수수로 만든 수세미들이 다양한 투정들을 레몬향 세제로 깨끗이 씻어내고 한낮의 뜨거운 태양은 행주들의 눅눅함을 말려주어서 좋다. 부부 둘 만 지낼 땐 저녁을 직장에서 해결하고 오거나 가볍게 외식으로 대체하다 보니 부엌에 있는.. 더보기
[100-7] 무풍한송로 산책길 부처님 오신 날 행사로 해질녘이 되자 무풍한송로 입구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차와 사람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각자의 자리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요리조리 비집고 겨우 산문을 지나 무풍한송로 위로 발을 들여놓는다. 소나무향이 가득한 이 길은 남편과 자주 오르내리는 산책로이다. 집에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고 황톳길이라 걷기에도 편안하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오후 시간에 주로 이용한다. 야간에 비추는 조명들이 궁금해서 오늘은 저녁시간에 출발했다. 작년과는 다르게 이색적인 조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아바타 영화를 떠 올리게 하는 조명이 소나무를 비추고 있어서 환상적이었다. 길 위에 비추는 얕은 바닷물같은 조명도 특이해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아보았.. 더보기
[100-6] 감정 비우기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감정 비우기가 중요하다. 직장과 여러가지 모임, 가정을 오가며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질 때가 있다. 특히, 집에서 생긴 갈등으로 머리가 무거워질 때는 직장에서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실수가 잦아지곤 했다. 직장에서 인증이나 감사가 나오는 때가 되면 준비가 잘 되어 있어도 하루 전날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어떤 모임에서 돌아오면 괜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 생각에 했던 말을 되뇌곤 했다. 오십이 넘고서야 장소가 바뀔 때마다 그 곳에서 받았던 감정의 찌꺼기를 조금씩 비울 수 있게 되었다. 오십이 되기 전에는 병원 문턱도 넘지 않았었는데 큰 수술을 두 번 치르고 나니 생활 패턴이나 생각의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지나간 일들은 지나간 대로 흘려보낼 줄도 알게 되었고 앞으로.. 더보기
[100-5] 카페에 혼자 가는 이유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동네 카페로 향한다. 일터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가면 논들이 눈에 확 들어오고 전망이 좋은 카페가 하나 있다. 낮 시간대에는 손님도 적어서 혼자 커피와 함께 글을 쓰기에 좋은 곳이다. '조앤 롤링처럼 유명해지면 이 곳도 유명해지리라' 기대하며 씩씩하게 커피와 베이글 하나 주문해서 2층으로 올라간다. 집에서 써지지 않는 글이 이 곳에 오면 잘 써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수께끼이다. 이제 막 심은 모들이 물에 반쯤 잠겨서 줄지어 서 있다. 유치원생들이 줄지어 움직이듯 정해진 곳에서 바람따라 흔들리며 자라고 있다. 가을 들녘의 누런 벼이삭들을 모들은 모를게다. 나의 젊은 날도 그랬다. 이리쿵 저리쿵 흔들리는 삶이었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풍류를 즐기고 있을 줄 알았겠는가? 면단위.. 더보기
[100-4] 나의 글도 끓고 있는가 아들이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인 삶은 계란을 만들기 위해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얹고 물일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냄비를 보고 있자니 한참을 기다려도 물이 끓지 않는다. 다른 일을 할 때는 금방 끓어 넘치는 것이 냄비물인데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보란 듯이 튕기는 거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둔 계란을 하나 둘 넣기 시작한다. 끓는 물방울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계란은 잘 익어가고 있다. 끓는 물과 익어가는 계란을 보노라면 내 글도 잘 끓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요리조리 불필요한 단어들을 잘 피하고 있는지 주제를 중앙에 잘 담고 있는지 여기저기 터지지 않고 매끈한지 조목조목 되짚어본다. 요리에는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 삶은 계란은 12분 동안 삶은 후 찬물에 넣고 식히면 가장 .. 더보기
[100-3] 버킷리스트 해마다 버킷리스트를 함께 적어보는 커뮤니티가 있다. 올 해 초에도 나 만의 10가지 버킷리스트를 적었는데 그 중 하나가 100명과 함께 하는 북콘서트를 여는 것이었다. 코로나로 시작되던 해인 2020년 3월이었다. 교회모임이 사라지고 예배도 온라인으로 드리다보니 많은 시간들이 내 앞에 던져졌다. 그래서 9년 동안 써 온 시들을 정리해보니 300여편이 되었고 그 중 92편을 추려내어 '생각을 요리하다' 시집으로 출간을 하게 되었다. 지인들에게 나누는 중에 구매해주시는 분들의 도움으로 2쇄를 찍고 3쇄도 찍었다. 작년 8월에는 교보문고에 전자책으로 등록도 하였었다. 그냥 버킷리스트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묻어 두었는데 작년 11월부터 이프랜드 활동을 하며 만난 지인이 이프랜드에서 먼저 미니 북콘서트를 열어보라고.. 더보기
[100-2] 기억을 담는 그릇 글을 쓰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SNS 플랫폼으로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 브런치 등이 있다. 글을 쓰기도 편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쓴 글들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어 유용하다. 잠시 생각날 때마다 메모처럼 적어 둔 글을 나중에 필요할 때 찾아서 다시 첨삭해서 글을 완성할 수 있다. 잊어버렸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어떤 때는 잊고 있었던 기억 속의 일들을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간직하고 있다. 지나간 글을 보고 있노라면 그 때 일상에서 만났던 감동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펜시브라는 기억을 담는 그릇이 떠 오른다. 말 그대로 기억을 담아 놓는 바구니같은 그릇인데 누구나 그 속에 머리를 갖다 대면 담긴 기억들을 볼 수가 있다. 자기의 .. 더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