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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100-17] 전자동 약품 조제기 지금 다니는 요양병원에서 일한 지 7년이 다 되어 간다. 교회 가는 길에 있는 이 요양병원은 첫 삽을 뜰 때부터 이곳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라던 곳이다. 그전에 3년 정도 다니던 요양병원이 문을 닫고 나서 가까운 일터를 찾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 처음 입사하고 나서 전자동 약품 조제기가 있어서 신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 요양병원에는 보기 힘든 기계였기 때문이다. 조제기도 7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하다 보니 여기저기 잔 고장이 나고 있다. 며칠 전에 수리기사가 와서는 이제 조금 비싼 부품을 갈아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처럼 주요 부품을 하나씩 바꾸며 써야 할 때가 되었다고 힘주어 말하고 갔다. 그러고 보니 7년 사이에 나도 두 번의 수술을 한 기억이 났다. 4년 전, 자궁출혈이 너무 심.. 더보기
[100-16] 본캐와 부캐 디지털 세계를 살아가면서 부캐는 필수가 되었다. 가을웅덩이. 나의 부캐다. 2021년 3월, 유튜브에 피아노연주와 성경낭독 영상과 시낭독 영상을 올리면서 처음 정하게 된 닉네임이다. 가을의 풍성함과 화려함을 담아내는 가을웅덩이처럼 인생의 가을을 지나고 있는 나의 삶을 담아내려는 의지를 담아 닉네임으로 지었다.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곳은 이프랜드이다. 지난 해 11월에 이프렌즈 6기로 선택되면서 본격적으로 이프렌즈 6기 인플루언서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매 주 목요일 저녁 8시 30분에 밋업을 열고 있다. 처음 이프렌즈 6기 인플루언서가 된 후 석달 동안 20회 이상의 밋업을 열면서 메타버스인 이프랜드를 배우고 익혔다. 함께 하는 이들과도 서로 소통하고 도우며 멋진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엇.. 더보기
[100-15] 연휴 마지막 날 올 해는 월요일 휴무하는 날이 많다. 대체휴일이 생긴 후 월요일 휴무가 많아진 것이다. 3일 연휴 마지막날 오전 출근이라 제법 내리는 비를 우산으로 제치며 땅만보고 걸었다. 농협 주차장은 횡하고 내과와 동네약국은 컴컴한 창이 쉬는 날이라도 광고를 하고 있다. 학교 정문 앞을 지날 때는 인기척이 하나도 없어서 당황스러울만큼 칙칙하다. 버스가 다니는 도로이지만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은 따뜻한 전기 장판에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출근하는 나를 바라보며 건네던 남편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나이 오십이 지나면서부터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궂은 날이면 온 몸이 쑤시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걸어서 5분 거리에 7년 째 근무하고 있는 요양병원이 있다. 걸어서 출근을 하다.. 더보기
[100-14] 오월의 신부 어머니 68하나회 15년 동안 같은 동네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모임이 있다. 마흔이 되던 해에 동갑내기 친구가 계를 모은다기에 발을 들여놓은 모임이다. 그 동안 많은 멤버들이 교체되고 지금은 초대 멤버가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고 멤버수는 14명이다 동갑내기 모임의 한 친구가 딸을 시집보내는 날이라 시간의 되는 7명의 회원들이 결혼식에 참여하러 집 앞 주차장에 모였다. 몇 명은 드레스코드 원피스를 입었고 나머지도 단정한 옷차림으로 모였는데 오월의 장미만큼이나 예뻤다. 길이 막힐까봐 조금 일찍 출발해서 예식장에 도착하니 식이 시작되려면 1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오월의 신부 어머니랑 사진을 찍고 이러저러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을 보냈다. 잠시 바깥을 둘러보니 여러가지 색깔의 장미로 꾸민 정.. 더보기
[100-13] 몰입과 건망증 화장을 하다가 문득 글감이 떠 올라 잊어버리기 전에 노트북에 앉는다. 메모를 하려고 앉았는데 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서 쭉 써 내려가다 보니 다시 화장대에 앉았을 때는 베이스로 선크림을 발랐는지 안 발랐는지 아리송하다. 몰입이 깊어질수록 건망증도 깊어지는 것 같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덜 좋아하는 일들은 잊혀 가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잊어버리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몰입이라는 돌파구를 찾을 때도 있다. 한 가지에 집중하게 되면 어느 정도 완성하고 나서야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세탁기의 빨래가 언제 다 되었는지 조용하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할 때라든지 피아노연주와 성경낭독 영상을 만들 때라든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들을 캔바에서 편집할 때 신이 나서 시간 가는 줄도.. 더보기
[100-12] 레이어 기능 카드뉴스나 이미지사진을 만들 때 캔바 앱을 많이 사용하는데 최근에 레이어 기능이 생겼다고 한다. 해피그릿이 매일 새벽마다 소통하고 있는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오늘 던져준 이야기였다. 마지막 멘트에서, 오늘 하루 일상에서 만들어내는 삶의 레이어가 차곡차곡 쌓여서 멋진 인생이 될거라는 말이 오전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레이어 기능이란 하나의 사진 위에 또 다른 사진을 겹칠 수 있는 기능인데 포토샵이나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트에 있는 유용한 기능이다. 역시나 레이어 작업을 하다 보니 삶의 하루하루가 하나의 레이어가 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얇게 쌓아가는 레이어들이 겹치면서 멋진 작품이 만들어지듯 하루의 루틴들로 한달이 지나고 일년이 쌓이면 멋진 그림이 완성되어 간다. 여러가지 시도와 끈기로 이룬 것들은 .. 더보기
[100-11] 두꺼운 곱슬머리 대학 시절에는 머리카락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가닥이 두꺼운 데다 곱슬머리에 머리숱도 많아서 파마를 하면 사자머리가 된다. 이라이자처럼 예쁜 곱슬머리로 다니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커트머리를 하거나 스트레이트 파마를 한 후 묶어 다니는 것이 제일 편하고 단정해 보였다. 어느 미장원에서 머리를 손질하시는 분이 나이가 들수록 부러운 머리카락이 될 거라며 위로해 주었지만 그때는 그저 위로로만 들렸었다. 세월이 흐르고 오십 중반을 지나오면서 이제는 만나는 이들마다 머리숱을 부러워하고 있다. 흰머리도 늦게 나오기 시작해서 올 해부터 염색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다들 부러워했다. 매직파마를 해야 할 만큼 곱슬머리긴 해도 이제는 머리카락들을 예쁘게 바라봐주고 있다. 같은 사물이라도 시간에 따라 .. 더보기
[100-10] 화 불변의 법칙 한 참 일에 집중하고 있던 오후 시간이었다. 복도 너머로 제법 큰 외침이 귀를 쫑긋하게 했다. 이번 달 병원비가 많이 나왔다며 한 환자가 내려와서 언성을 높이며 원무과에 따지는 소리였다. 지난달보다 더 나온 추가 비용을 며느리가 부담하지 않겠다는 말에 화가 나서 원무과로 달려와 그 화를 뿌리고 있었다. 조목조목 짚어 보니 영양제를 맞았고 외부진료도 다녀와서 정당하게 나온 경비였다. 친절하게 주임과 부장이 설명을 해드렸지만 좀처럼 화는 누그러지지 않았고 몇 번을 따지다가 병동으로 다시 올라가면서도 옥타브는 줄지 않았다. 환자가 올라간 후 주임의 '아오' 소리가 2층 전체를 들썩였다. 환자가 뿌린 화의 불씨가 불만과 피로로 함께 번지고 있는 것이다. 질량 불변의 법칙처럼 화도 사라지지 않고 옮겨간다. 때로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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